[이슈탐색] '가슴앓이'냐 '마케팅 변화'냐…기로에 선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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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06.05. 오후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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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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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커피만 마시는 시대는 지났다?"



조용한 도서관이 아닌 많이 이들이 오가 일정 수준의 생활소음이 있는 카페에서 공부하는 게 마음 편하다는 이른바 '카공족'이 늘어나고 있다. 카공족은 카페에서 공부하는 이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최근 한 취업포털이 성인남녀 361명을 대상으로 카공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 카페에서 업무나 공부를 한 적이 있는지 물어본 결과 79%의 응답자가 "있다"고 답할 만큼 카페의 용도가 많이 변화하고 있다.

이들이 카페에서 공부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백색소음'의 이점 때문이다. 백색소음이란 비·폭포·파도·시냇물 소리 등 우리가 평소 듣고 지낸 일상적인 소음을 말하는데, 이 소리에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 한 연구자료를 보면 정적인 상태보다 백색소음을 들을 때 집중력은 47.7%, 기억력은 9.6% 향상되고 스트레스는 27.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자 와서 4인석에 자리잡고 8시간 체류"…카페 사장들 가슴앓이

주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은 이같은 카공족을 위해 테이블마다 칸막이를 설치하고, 개인용 콘센트와 스탠드까지 구비하는 등 내심 이들을 반기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문제는 동네에 위치한 소형 카페들이다. 한잔에 (따뜻한 아메리카노 기준) 4000원 내외인 커피를 주문하고, 오랜 시간 동안 자리를 뜨지 않아 카페 테이블 회전율이 떨어지기 때문.

업주들은 회전율이 떨어지는 등 매출에 타격을 입고 있지만, 그렇다고 손님을 내보낼 수도 없어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한 카페 사장은 "카공족들이 노트북과 스마트폰 등을 충전하며 장시간 있다보니 전기세도 무시 못할 수준"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중간·기말고사 등 시험기간엔 손님 10명 중 8~9명이 카공족"이라며 "1~2인석에 앉는 손님은 그래도 양반이다. 상당수 카공족들은 혼자 와서 4인석에 자리 잡고, 테이블 위에 각종 디지털기기와 도서를 늘어놓는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카페 사장은 "우리는 아메리카노 한잔에 2000원이다. 이거 한 잔 주문해 놓고 길게는 10시간 가량 카페에 머무르는 게 상식적인 일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공족 "커피값에 자릿세도 포함됐다"…지혜롭게 문제 해결해야

하지만 카공족들의 입장은 다르다. 커피값에 결국 '자릿세'도 포함되어 있다는 주장이다.

대학생 김모(23)씨는 "카페 운영에 방해가 되는 소음이나 소란을 일으키는 게 아닌데, 뭐가 문제냐"고 반문하며 "이정도는 특혜가 아닌 기본적인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이모(21·여)씨도 "일부 민폐 카공족도 있지만, 카페에서 얼마를 체류할지는 고객의 자유"라며 "소비자판매가격에 자릿세도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기존엔 카페가 커피 등 음료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었지만, 시대가 변했고, 그에 따라 용도도 달라지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세상 변화의 중간에는 항시 과도기라는 것이 존재한다. 카페 사장과 카공족 모두 얼굴을 붉히지 않는 선에서 지혜롭게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사진=SNS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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